마지막 순간에 눈을 감으며, 여러분은 무엇을 가장 후회할 것 같습니까?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며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큰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과 혹시라도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갈아 들었습니다.

사람은 삶을 돌아볼 때, 무엇을 이루었는지만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끝내 하지 못한 일도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이 질문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할까?”

후회는 지나간 선택을 다시 바라보는 감정입니다

심리학에서 후회(regret)는 단순한 아쉬움과는 조금 다르게 다뤄집니다.

현재의 결과를 바라보며,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생기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후회에는 늘 가상의 다른 삶이 함께 합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 조금만 일찍 시작했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그래서 후회는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오히려 지나간 후회를 통해 앞으로의 삶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후회의 성격이 달라지는 이유

2026년 5월 학술지 Emotion에 발표된 연구는 나이에 따라 후회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연구진은 미국 성인 90명을 대상으로 최근에 생긴 후회와 오래된 후회를 구분해 조사했습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단순히 ‘노인은 후회를 많이 한다’는 결론에 있지 않았습니다.

연구에서는 나이가 많은 참가자들이 최근의 후회를 상대적으로 적게 보고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또 최근의 후회에서는 자신이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후회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도 관찰됐습니다.

반면 오래된 후회는 이미 지나가 버려 현재의 자신이 통제하기 어려운 사건과 연결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라는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과거의 선택을 되돌리는 일보다,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노년의 후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완성’입니다

2026년 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된 한 질적 연구는 노년의 삶에서 후회와 미완성감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연구진은 터키의 65세 이상 성인 48명이 자신의 삶과 후회,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질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분석한 결과, 후회는 놓친 기회와 관계의 단절 및 갈등, 건강을 돌보지 못한 경험 등과 연결되어 나타났습니다.

그중에서도 교육이나 자기계발의 기회를 놓친 경험과 관계에서의 선택, 자신의 건강을 소홀히 했던 일이 구체적인 후회의 내용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참여자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아직 하지 못한 일이 남아 있다는 미완성감을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미완성입니다.

노년의 후회는 반드시 큰 실패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것”,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은 것”, “배우고 싶었지만 시작하지 않은 것”처럼 끝나지 않은 가능성에서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를 완벽하게 정리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의 선택으로 옮길 것인가입니다.

79세 이후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하지 않은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2009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79세에서 98세 사이의 노인 228명을 대상으로 후회의 내용과 빈도를 조사했습니다.

참여자들이 보고한 후회 가운데에는 자신이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후회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자신 또는 주변 사람의 건강 문제 역시 후회와 관련된 중요한 경험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후회와 건강 및 삶의 만족도 사이의 관계도 함께 관찰됐습니다.

물론 이 연구만으로 후회가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인과관계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노년기에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가 현재의 삶의 만족과도 관련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할까요?

이미 해본 일에는 어떤 형태로든 결과가 남습니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결과를 받아들이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은 일에는 결과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계속 다른 가능성이 만들어집니다.

“그때 회사를 그만뒀다면 어땠을까.”
“그때 공부를 시작했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그때 여행을 떠났다면 어떤 기억이 남았을까.”
“그때 그 사람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이런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남습니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가 많다는 조사 결과

미국인 4,489명을 대상으로 한 Daniel Pink의 American Regret Project에서는 응답자의 57.1%가 자신의 중요한 후회를 하지 않은 행동과 관련된 것으로 답했습니다.

반면 35.9%는 실제로 한 행동을 후회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다만 이것을 “하지 않은 일이 항상 더 큰 후회를 만든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설문은 자기보고 방식이고 연구 대상과 질문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여러 연구에서 ‘하지 않은 선택’이 후회의 중요한 형태로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합니다.

후회를 없애려고 하기보다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후회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든 후회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으며, 과거의 선택을 되돌리거나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거를 계속 붙잡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이 후회 가운데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삶을 바라보게 합니다.

반대로 이미 지나가 버린 사건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꿀 수 없는 일을 계속 되돌아보기보다, 그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2026년 연구에서도 오래된 후회는 최근의 후회보다 자신이 통제하기 어려운 사건과 연결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결국 노년의 후회를 다루는 데에는 두 가지 태도가 필요합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행동으로 옮기고, 바꿀 수 없는 것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할 일 목록’이 아닙니다

버킷리스트를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마지막 소원 목록으로만 생각한다면 그 의미가 너무 좁아집니다.

노년의 버킷리스트는 오히려 미완성된 삶을 확인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 다섯 가지 질문을 적어보면 됩니다.

1) 아직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한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먼저 떠올려봅니다.

2)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가?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가까운 곳부터 생각해봅니다.

3) 아직 배우고 싶은 것이 있는가? 젊은 시절 미뤄두었던 공부나 새롭게 관심이 생긴 분야가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4)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는가?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는 말이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5) 이것을 계속 미룬다면 5년 뒤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

버킷리스트의 목적은 항목을 많이 채우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지금의 삶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무엇을 계속 미루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한 우선순위의 선택

후회가 전혀 없는 삶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과거의 후회를 반복해서 생각하는 대신, "그 경험이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었는가?"를 묻고 현재의 행동으로 연결해 보세요.

60대 이후에는 '더 많이'보다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노후가 아니라,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족, 건강, 배움, 자유 등)를 정해 나만의 노후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웰다잉(Well-dying) 역시 죽음만 바라보는 준비가 아니라, 남은 삶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을 더 이상 무기한 미루지 않기”를 첫 번째 목표로 삼아보세요.

📌 참고한 공식 연구자료

• Nolte, J., Lewis, J. L., & Löckenhoff, C. E. (2026). Adult Age Differences in the Response to and Regulation of Recent Versus Long-Term Regrets. Emotion. DOI: 10.1037/emo0001672

(최근의 후회와 오래된 후회를 구분하여 성인 연령에 따른 후회의 양상과 조절 방식을 살펴본 연구)

• Talu, E. (2026). Life satisfaction, regret, and death reflection among older adults in Turkey: a qualitative study within Erikson’s framework of ego integrity. Frontiers in Psychology, 17, 1745222. DOI: 10.3389/fpsyg.2026.1745222

(터키 65세 이상 성인 48명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 후회, 죽음에 대한 성찰을 질적으로 분석한 연구)

※ 참고자료 확인일: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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